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과 카카오모빌리티는 10월 6일 단체교섭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2020년 8월 교섭 요구를 시작해 2021년 10월 국회 성실교섭 협약을 맺고 교섭을 시작한 지 1년여 만이다. 플랫폼노동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모빌리티와의 단체교섭이 가지는 의미를 되새겨 사회적 가치를 담은 성과를 만들고자 했다. 갈수록 중요해지는 플랫폼생태계를 이윤만을 위한 혁신이 아니라 플랫폼노동자의 삶과 이용자들의 편의, 사회적 공정성이 강화되도록 하고자 했다.
노동조합은 이번 단체교섭에서 프로서비스 유료화 폐지와 개선을 핵심과제로 했다. 생계를 위한 일감 경쟁에 내몰려 “자발적 착취”가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플랫폼노동자의 건강과 삶을 파괴하는 과도한 경쟁을 막고 공정성을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더군다나 경쟁의 수단을 돈으로 사고파는 것은 결코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노동조합은 프로서비스 유료화를 즉각 폐지할 것을 요구하였으나 폐지에 동의한 카카오모빌리티의 사정을 감안하고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 부득이하게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대리운전노동자의 핵심 노동조건에 해당하는 대리운전요금을 현실화하고, 고객의 노쇼 및 출발 지연으로 인한 대리운전기사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취소비 및 대기료와 관련된 정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 추가 협상을 통해 대리운전기사의 권익과 시민들의 편의를 증진할 실효성 있는 성과를 만들어 낼 것이다.
또한 현장에서 대리운전기사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음에도 이를 해결할 통로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고충처리위원회를 설치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대리운전기사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산업안전보건활동을 보장하고, “대리운전 산업안전 지킴이”를 두기로 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이번 단체교섭이 잠정합의에 이르기까지 어려운 과정을 겪어야 했다. 3일이면 나오는 노조필증을 교부받기 위해 1,000일을 싸워야 했고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카카오모빌리티에 맞서 어려운 길을 헤쳐나와야 했다. 어렵게 시작된 단체교섭이 장기화되면서 생계를 뒤로한 채 50일이 넘는 농성투쟁을 전개하기도 했다.
우리가 포기하지 않고 오늘에 이른 것은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업체의 갑질횡포에 시달리면서 생계의 벼랑 끝에 내몰려 있는 20만 대리운전기사들의 절박한 삶이 있기 때문이었다. 한편 우리는 단체협상을 하면서 제도적 한계를 절감하였다. 노동기본권과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에서 대리운전노동자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기 위해서는 노사교섭 뿐만 아니라 제도개선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우리는 시민사회와 함께 정부와 정치권을 상대로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싸워나갈 것이다.
이번 단체교섭이 대리운전노동자들의 희망이 되길 바라고 앞으로 그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하여 싸워나갈 것이다. 아울러 플랫폼의 사회공공성을 확보하고 플랫폼 노동자의 권익, 공정한 관행이 정착되도록 전진해 나갈 것이다.
잠정합의를 함께 일궈 낸 카카오모빌리티 담당자, 단체교섭에 관심을 갖고 지지와 연대를 보내주신 분들께 감사드린다. 단체교섭을 중재했던 장철민 위원, 지원을 마다하지 않은 심상정 의원과 노동시민사회에 감사드린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고민과 어려움을 함께한 플랫폼노동자, 비정규직 노동자 동지들, 연대의 손을 놓지 않은 크루유니온에 감사드린다.
2022.10.6.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