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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nice 댓글 0건 조회 421회 작성일20-05-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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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경비노동자 최희석 님의 죽음은 명백한 사회적 타살이다 

- ‘임계장’(임시계약직 노인장)들이 죽임을 당하는 사회는 희망이 없다

 

510일 서울 강북구 우이동 성원상떼빌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최희석 님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참극이 일어났다. 최희석 님은 이중주차 문제로 폭언과 폭행을 저지른 가해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아파트 입주민들과 사이도 좋았고 친절하고 일 잘하는 경비노동자였다. 난데없이 트집을 잡아 쌍욕을 하고 CC TV가 없는 곳으로 끌고가 폭행한 갑질 입주민 가해자의 행태는 엽기적이었다. 잘못은 자기가 다 저질러놓고도 적반하장으로 아무 죄도 없는 최희석 님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고 윽박질렀다. 갑질을 작정한 아파트입주민에게 경비원은 이미 사람이 아니었다. 청와대 국민청원이 30만명을 넘어선 지금까지도 진심어린 사과는커녕 반성의 기미도 없는 가해자 입주민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오른다. 갑질 가해자 폭행 사실에 공분한 입주민들이 최희석 님의 명예회복과 쾌유를 위해 돕겠다고 적극 나선 상황에서도 얼마나 억울하고 상실감이 깊었으면 투신자살할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

 

경비원을 시작할 때 선임자가 해준 첫 번째 충고는 주민과 다투지 말라는 것이었다. 그랬다. 다투면 항상 졌다. 내가 옳으면 주민은 항상 더 옳았다. ”

(아파트 경비노동자로 일한 조정진 님이 쓴 임계장 이야기’ 69쪽 내용)

 

윗사람 말에 토를 달려거든 관둬라/의자에 앉아있으려거든 관둬라/지하에 고인 물을 양동이로 다 퍼내기 싫거든 관둬라/민원이 생기면 무조건 경비원 책임이다. 바로 관둬야 한다/주민하고 언성을 높이려거든 관둬라/낙엽이 뒹굴게 놔두려거든 관둬라/지하실에서 쉬려거든 관둬라/근무시간에 휴대폰을 보려거든 관둬라/춥다고 지하실에서 전열기를 쓰려거든 관둬라/폐기물 버린 사람을 다 찾아내라. 못찾아내면 경비원이 처리비를 부담해라. 그러기 싫으면 관둬라/분실된 택배물은 경비원이 물어내라. 그러기 싫으면 관둬라/관두려면 일찍 관둬라

(‘임계장 이야기’ 111쪽 내용)

 

우선 진실 규명과 함께 국민 공분을 불러일으킨 가해자를 엄정하게 형사 처벌해야 한다. 그리고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위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에 경비노동자 관련 조항을 신설 보완해 입주민이 경비노동자에게 폭언이나 폭행시 실형이나 벌금형 등 처벌과 함께 공동주택 퇴거와 같은 강력한 후속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공동사용자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입주민들 중 일부일지라도 경비노동자에 대한 폭력적이고 비인간적인 갑질을 근절하기 위해선 가해자에 대해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자격을 박탈해야 마땅하다.

 

근본적인 대책으로는 법제도 개선이 필수다. 첫째, 아파트 경비노동자를 파리목숨으로 만든 3개월, 6개월 초단기계약은 불법고용형태이므로 입주자대표자회의가 직접고용하거나 경비용역회사와 위탁관리회사를 통한 간접고용인 경우에도 고용보장이 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 둘째, 고무줄처럼 늘어나는 휴게시간 문제와 함께 경비노동자에게 불이익을 전가하는 현행 감시단속근로 승인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 셋째, 경비노동자가 맘 편히 쉴 곳조차 없는 휴게장소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 넷째, 현행 24시간 맞교대 근무제를 경비노동자 건강권을 지킬 수 있는 교대제로 개선하고 야간근무는 당직제로 최소화해야 한다,

 

경비원도 헌법기본권을 갖는 노동자이고 국민이다.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에서 임계장은 내 가족과 이웃, 그리고 나 자신의 문제다. 고용 불안과 차별, 말로 다할 수 없는 갑질에 시달리는 경비노동자는 고령 남성노동자가 가질 수 있는 마지막 일자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다쳐도 노환으로 해고되는 조건에서 그저 감지덕지 일자리라도 있으면 감사하라는 식의 잘못된 시혜적 시각부터 바꿔야 한다. 경비노동자를 사지로 모는 고용구조 및 법제도 개선과 함께 아파트 입주민들을 비롯한 사회적 인식이 전면적으로 변화돼야 한다.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소속 단체와 센터들은 죄송한 맘을 담아 내일 발인하는 최희석 님을 애도하고 추모하면서, 온힘을 기울여 고인이 고통받은 문제들을 개선해나갈 것을 결의한다. 우리는 지난해부터 경비노동자들의 사회적 목소리를 모아내기 위해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당사자 조직을 만들기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올해도 경비노동자 전국모임을 건설하기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고인을 보내며 다시 한번 경비노동자의 고용안정과 권익신장을 위해 노력할 것과 당사자 조직 건설을 실현할 것을 다짐한다. 삼가 깊이 머리숙여 최희석님의 명복을 빕니다.

 

2020. 5. 13.

 

한국비정규직노동단체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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