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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노동자에 대한 어느 기자의 페이스북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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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정책국장 댓글 0건 조회 109회 작성일22-12-0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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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김원식 기사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화물차 취재 때 하루 꼬박 차를 태워주신 분이다. 이분 덕에 머릿속으로만 그려보던 우리나라 화물차 운송 시장의 복잡다단한 결들을 그나마 가닥가닥 정리해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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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은 너무 속상하다고 하셨다. 울분에 차서 어찌할 바를 몰라하셨다. 대통령과 장관들이 화물차 기사들을 이기주의자 난동자 폭력꾼으로 묘사하며 공격하는 뉴스들을 보고 절망하고 계셨다. ‘불법이 아닌 선에서’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정부 국민 위정자 여론이 우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어줄 수 있을까 내게 물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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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렇다 할 뾰족한 방안을 말씀드리지 못했다. 명색이 기자고 또 화물차 취재도 했고 기사도 썼고 그래서 사람들에게 나름 알렸는데도 답을 드리지 못했다. “아무쪼록 안전하시길, 몸 상하지 않게, 밥 잘 드시고, 약속한 대로 다음에 뵙고 맛있는 거 같이 사 먹어요”라고만 말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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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과 차에서 보낸 시간이 18시간쯤 되었을 때 경기도 화성에 있던 어떤 카페에 함께 갔었다. 왜 갔는고 하면, 화물을 싣고 하차지까지 갔는데 또 하차대기가 시작됐다. 물류센터 내에 차 댈 곳도 없어서 국도변에 주차했다. 기사님과 나 사진부 선배 모두 화장실이 필요한 상태. 인근 검색을 해보니 카페가 하나 나왔다. 부랴부랴 걸어가서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라멜마키아또와 크로와상 2개를 시키고 모두 화장실을 이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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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앉아서 드시고 갈까요?” 고작 하루 비몽사몽으로 화물차 안에 앉아 세상 경험해본 적 없는 초극단 과로 노동을 햄스터 새끼발톱만큼 경험해놓고서 피로에 찌든 나는 털썩 카페 의자에 앉아 문명과 휴식의 냄새를 음미하고 있었다. 기사님은 어째 안절부절 마음이 편치 않아 보였다. 황급히 크로와상을 입에 밀어넣고 뜨거운 커피를 후루룩 마시고선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첫째, 주차된 차가 주차단속에 걸리면 안 되고 둘째, 이런 카페가 난생 처음이시라는 거다. “이런 데 처음 와봤어요”라며 머리를 긁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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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기사님의 공간은 24시간 365일 화물차다. 차 안에서 일을 하고 (쪽)잠도 자고 (불규칙하게) 밥을 먹고 아침 해를 보고 저녁 노을 보고 새벽 찬 공기를 마신다. 그래서 그 공간 안엔 모든 게 다 있다. 침낭 베개 겉옷 속옷 여름옷 겨울옷 냉장고 가스버너 햇반 젓가락 숟가락 칫솔 치약 혈당 측정기 인슐린 주사 노래방 마이크 등등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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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기사님은 그 공간을 자랑스러워하신다. 자신의 공간을 상기된 표정으로 하나하나 소개해주실 때 나는 알아차렸다. 기사님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있으시구나. 운전대를 잡고 물건들을 상차지에서 하차지로 허브 터미널에서 서브 터미널로 옮기며 필요한 이들에게 가닿게끔 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노동이 기여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고 계시는구나. 내가 매일 받는 택배, 어떤 공장에서 필요로 하는 재료, 나라 경제를 돌아가게끔 하는 물류의 중심에 바로 이런 ‘사람’들이 계시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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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님과 차를 타고 여기저기 도로를 다니며 처음으로 ‘물류(物流)’라는 말의 뜻이 제대로 이해되었다. 흐르는 느낌, 그래서 피가 흐르듯 우리 산업이 흐르고 경제가 흐르고 우리 삶이 흐르는 느낌. 그 흐름의 사이사이에 사람이 있다는 걸 나는 왜 몰랐을까. 이들이 없으면 아무것도 흐르지 못한다는 걸 우린 왜 모르고 혹은 외면하고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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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화물연대의 파업을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으로 규정하며 이렇게 말했다. “물류는 흘러야 물류다.” 윤석열 대통령은 “시멘트, 철강 등 물류가 중단돼서 전국의 건설과 생산 현장이 멈췄고, 우리 산업 기반이 초토화될 수 있는 상황”이라며 "국민의 일상생활까지 위협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화물연대 파업을 “이태원 참사와 같은 사회적 재난”으로 표현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이태원 참사 책임자 중 한 사람인 이상민 장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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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맞다. 물류는 흘러야 물류다. 그런데 그거 아시는지? 그 물류는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듯이 그냥 중력 같은 우주의 힘으로 흐르는 게 아니다. 무슨 만유인력 법칙이 있듯이 만물흐름의 법칙이 있어서 공짜로 저절로 스스로 자연스럽게 물건이 여기서 저기로 운송되는 게 아니란 말이다. 거기에는 사람의 힘이 들어간다. 사람의 힘과 땀, 또 피가 들어간다. 물류는 사람이 흘려야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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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사람들이 말하고 있다. 생계로 업으로 자부심을 갖고 혹은 두려움을 갖고 24시간 365일 운전대를 잡고 물류를 몸소 만들어내는 화물차 기사들이 세상에다 대고 말하고 있는 거다. 지금 내 일이 정상이 아니라고. 이대로 일하다간 내가 내 차가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위협하지 않을 자신이 없다고. 너무 무섭다고. 그래서 안전하게 일하고 싶다고. 안전하게 일해서 안전한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다 같이 살고 싶다고.
그걸 듣지 않고 깔아뭉개는 게 집단 이기주의적 행동이고 국민의 일상생활을 해치는 위협이고 사회적 재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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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다보니 다소 흥분해서 말이 길어졌다. 기사 쓸 때보다 쓰고 나서 더 화가 나고 흥분한 적은 또 처음이다.
내가 참여한 작업이라서가 아니라, 화물연대 파업의 ‘표피’ 이상을 좀 더 많은 사람이 알 필요가 있어서 다시 또 홍보한다. 처음에는 내 기사 알리고 싶어서 공유했는데 이번에는 화가 나서 공유한다.
>>>>>https://truck.sisain.co.kr/<<<<< 화물차를 쉬게 하라 인터랙티브 페이지
*위 웹페이지는 전체 기사의 1/10 분량이다. 전체 기사 일독도 감히 권해 드린다.
1. 화물차가 달린다, 멈출 수 없어서
2. 요일도 밤낮도 없는 화물차 기사의 24시간 365일 노동
3. ‘도로 위의 흉기’는 누가 만들어내나
4. 화물차 안전 해법이 있다 ‘비용’ 치를 준비는 없다

https://www.sisain.co.kr/4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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